대형 서점 베스트셀러 진열대에서 읽을 책을 못 찾는 독자를 위한 목록이다. 동네 책방과 독립 서점은 규모로 겨루지 않는다. 책방지기의 취향이 서가 전체를 관통하고, 500권이 5만 권보다 정확할 때가 있다. 서울 연희동과 후암동 골목부터 속초 수복로, 제주 성산읍까지 자기 색을 지키며 오래 버틴 곳을 모았다. 여행 삼아 한 번 들르는 손님에게도, 매주 같은 시간에 문을 미는 단골에게도 쓸 만한 안내가 되도록 정리했다.
선정 기준은 다섯 가지다. 첫째, 문 연 기간과 지속성. 유행을 타고 생겼다 사라진 곳은 넣지 않았고, 1956년 개업한 속초 서점부터 2009년에 시작한 독립출판 전문점까지 이력이 확인되는 곳만 넣었다. 둘째, 큐레이션의 축. 시집, 미술서, 문학, 필름처럼 방향이 분명한지 살폈다. 셋째, 낭독회와 북토크, 강연, 입점 문의 창구처럼 서점이 실제로 굴리는 활동. 넷째 위치와 영업시간, 좌석과 휴무일처럼 발품에 직결되는 조건이고, 다섯째는 온라인 주문과 문의 응대다. 도서정가제 아래에서 할인 폭은 정가의 15% 안으로 제한되니, 값보다 응대와 추천의 밀도가 갈림길이 된다.
순위는 편집부가 정하지 않는다. 자리는 이용자들의 투표로 움직이므로, 오늘의 1위가 다음 달에도 1위라는 보장은 없다. 카드마다 장점과 단점을 함께 적었으니 후기와 나란히 읽기를 권한다. 작은 서점은 사정에 따라 휴무일과 시간이 바뀌고 이전도 잦다. 계단이 많은 위치, 좁은 매장, 좌석 유무 같은 항목은 단점 칸에 그대로 적어 두었다. 먼 길을 나서기 전에는 각 서점의 공지를 한 번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홍대 앞에서 10년을 넘긴 서점으로, 처음부터 동네서점을 모범으로 삼아 문을 열었다. 25평 남짓한 1층 한 칸에 신간과 디자인서, 독립출판물을 섞어 놓았는데 진열은 촘촘하기보다 여유롭다. 책마다 붙는 "땡스 페이퍼"에 추천한 사람의 이름과 이유가 적혀 있어, 고르는 시간이 곧 대화가 된다. 별도의 스튜디오 공간을 두고 출판사와 함께하는 전시, 저자와의 대화, 책을 매개로 한 협업 작업도 이어 왔다. 무료 회원제를 운영해 전시와 행사 소식을 따로 알린다.
매일 정오에 열고 밤 9시에 닫으니 퇴근 뒤에도 들를 수 있다. 합정역과 홍대입구역 사이 골목이라 접근은 쉬운 편이다. 방대한 목록에서 원하는 판본을 찾으려는 사람에게는 좁게 느껴진다. 대신 무엇을 읽을지 정하지 않은 채 들어가 한 권 들고 나오기에는 이만한 곳이 드물다. 주말 낮에는 사진을 찍는 손님이 많아 조용한 열람과는 거리가 있고, 좌석은 넉넉하지 않다.
서울 마포구 양화로6길 57-6, 1층
2009년에 시작한 독립출판물 전문 서점이자 출판사다. 국내에서 이 분야를 개척한 축에 들고, 서울아트북페어 "언리미티드 에디션"을 매년 열어 창작자와 독자를 직접 연결해 왔다. 서가는 소책자와 사진집, 에세이, 번역되지 않은 해외 아트북으로 채워지며 대형 서점 유통망에 아예 오르지 않는 책이 태반이다. 자체 온라인 상점을 운영해 예약판매와 재입고, 도서전 선공개 소식을 홈페이지로 알린다. 서점이 직접 기획해 펴낸 책도 서가 한쪽을 차지한다.
연희동 시절부터 자리를 옮겨 온 이력이 있어 방문 전 최신 주소 확인이 필요하다. 오후 1시에 열고 저녁 8시에 닫으며 화요일은 쉰다. 취향이 뚜렷한 만큼 소설 신간이나 실용서를 찾는 사람에게는 헛걸음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종이와 판형, 제작 방식까지 눈여겨보는 독자에게는 한 시간이 짧다. 매장 안 인물 사진 촬영은 허용하지 않는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122, 302호
출판사 미디어버스가 2010년에 연 서점 겸 작업 공동체다. 다루는 분야가 분명한데, 현대미술과 시각예술, 디자인, 비평 이론에 집중한다. 국내 소규모 출판물과 함께 해외 예술 출판사의 책을 직접 들여와 다른 서점에서 보기 힘든 목록을 갖췄다. 2022년에는 9년을 지낸 통의동을 떠나 옥인동으로 옮겼고, 오래 쓰던 서가와 기물을 그대로 가져와 다시 놓았다. 같은 건물에 디자인 스튜디오와 출판사들이 함께 들어 있어 작업자들의 왕래가 잦다.
미술과 디자인을 공부하거나 일로 삼은 사람에게는 자료 창고 같은 곳이다. 온라인 상점을 함께 운영해 지방에서도 주문할 수 있고, 문의는 메일과 대표 번호로 받는다. 공간이 넓지 않고 계단을 올라야 하므로 유아차나 보행이 불편한 방문객에게는 부담이 된다. 가벼운 읽을거리를 기대하고 가면 낯선 제목들 앞에서 당황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옥인동
시집만 파는 서점이다. 2017년 서대문구에서 문을 열었고, 지금은 혜화동로터리 동양서림의 노란 나선계단을 올라가면 나온다. 시인 유희경이 운영하며 국내 시집과 시 이론서, 구하기 어려운 절판 시집까지 한자리에 모아 두었다. 낭독회와 시인과의 만남을 꾸준히 열어 왔고, 서가에서 마주친 손님이 그 시를 쓴 시인일 때도 있다. 아래층 동양서림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 가운데 하나여서, 두 서점을 한 번에 둘러보는 셈이 된다.
시를 읽는 사람에게는 국내에서 대체할 곳이 거의 없다. 평일은 밤 8시 30분까지 열려 퇴근 후 방문이 가능하고, 토요일은 저녁 8시, 일요일은 오후 6시에 닫는다. 공간이 작고 계단이 좁아 여러 명이 함께 오면 불편하다. 산문이나 실용서를 찾는 손님에게는 애초에 맞지 않는 서점이다. 문의는 전화보다 메일이 빠르다.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271-1, 동양서림 2층
2016년 광고회사 임원으로 일했던 최인아가 선릉역 근처에 낸 책방이다. 5천 권 안팎을 두는데 일하는 사람의 고민을 겨냥한 큐레이션이 축이다. 서가마다 손으로 쓴 소개가 붙고, 강연과 클래식 연주회가 정기적으로 열린다. 유럽식 외관의 건물 4층에 자리하며 위층은 음료를 마시며 책을 읽는 자리로 쓴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다음 날 도착하고 책방 주인의 편지가 함께 온다.
직장인 독자, 특히 진로와 조직 문제를 붙들고 있는 사람에게 맞는다. 선릉역에서 걸어 2분 거리라 점심시간에도 들를 수 있다. 다만 정오에 열고 저녁 7시께 닫는 일정이 많아 늦은 방문은 어렵다. 아동서와 학습서는 거의 없고, 음료 가격은 동네 카페보다 높은 편이다. 강연은 사전 예약이 필요한 경우가 많으니 공지를 먼저 볼 일이다.
서울 강남구 선릉로 521, 4층
후암동 108계단 옆에 있는 작은 책방으로, 2013년에 지금의 이름을 갖췄고 이듬해 이 동네에 자리를 잡았다. 독립출판물을 받아 파는 창구 역할을 오래 해 왔고, 창작자들이 직접 만든 책을 들고 오는 곳이다. 이름대로 필름도 함께 판매하며 현상과 스캔 접수를 받는다. 독립출판 행사 "퍼블리셔스 테이블"을 여러 차례 열어 제작자와 독자를 연결했고, 워크숍 공간도 따로 두었다.
처음 책을 만든 사람에게는 입점 문의 창구로, 독자에게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제목을 뒤지는 재미로 통한다. 매일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문을 열어 오전 방문은 불가능하다. 언덕과 계단이 많은 동네여서 걷기 편한 신발이 필요하다. 문의는 전화보다 메일이나 메신저 쪽이 확실하다. 필름 값과 현상 요금은 방문 전 확인하는 편이 좋다.
서울 용산구 신흥로36길 5, 1층
1984년부터 속초 중앙로를 지켜 온 지역 서점이다. 인문서와 문학, 예술서에 독립출판물까지 들이면서도 참고서와 아동 도서를 함께 갖춰, 관광객과 주민이 같은 문을 쓴다. 책 앞장에 끼워 둔 손글씨 추천 편지가 이 서점의 표식이고, 2층 창가 자리와 스튜디오 공간에서 지역 모임과 글쓰기 활동이 열린다. 홈페이지에 입점 문의와 서림일지를 따로 두어 소규모 출판물 제작자도 연락할 수 있다.
아침 9시에 열어 밤 9시까지 이어지는 영업시간이 눈에 띈다. 속초 여행 일정에 넣기 쉽고 중앙시장에서 멀지 않다. 서울 독립서점처럼 좁고 뾰족한 목록을 기대하면 결이 다르다. 여기는 학습서와 잡지가 나란히 놓인 종합서점의 얼굴을 함께 지닌다. 성수기 주말에는 관광객이 몰려 조용히 고르기 어렵고, 주차는 인근 시설을 써야 한다.
강원특별자치도 속초시 중앙로 45
2013년 창천동에서 문을 열고 이듬해 연남동 골목으로 옮겨 지금까지 자리를 지켜온 독립출판물 전문 서점이다. 따로 간판을 달지 않아 유리창에 적힌 상호와 초록색 입간판이 유일한 표시다. 열 평 안팎의 공간에 개인과 소규모 출판사가 만든 책이 빼곡하고, 엽서나 배지 같은 소품과 무알콜 음료도 함께 판다. 서점 이름으로 책을 내는 출판 활동도 병행하고 있어 입고와 제작 양쪽을 다 겪어 본 곳으로 통한다.
독립출판이라는 말이 아직 낯선 사람이 첫걸음을 떼기에 알맞다. 책방지기가 직접 고르고 배열한 서가를 한 바퀴 돌면 요즘 독립출판의 분위기가 대략 잡힌다. 반대로 신간 베스트셀러나 참고서, 자녀 학습서를 찾는 손님에게는 맞지 않는다. 공간이 좁아 사람이 몰리면 서가 사이에서 몸을 비켜 서게 되고, 주말 오후에는 특히 붐빈다. 홍대입구역에서 걸어 십 분 정도지만 골목을 한 번 지나쳤다가 되돌아오기 쉬운 위치라 지도 앱을 켜고 가는 편이 낫다.
서울 마포구 동교로46길 33
국내외 사진집만 다루는 서점으로, 2016년 10월 서촌 통의동의 작은 한옥에서 시작해 2023년 8월 북촌으로 옮겼다. 새 공간은 약 92제곱미터 규모이고, 김진영 대표가 서가 위치와 동선을 직접 잡았다. 책은 식물과 풍경, 거리, 아시아, 인물, 패션, 건축과 인테리어 같은 주제로 나뉘어 있으며 최근 신간부터 절판된 희귀본, 오래된 초판까지 섞여 있다. 대형 서점에서는 비닐에 싸여 손도 못 대는 사진집을 여기서는 랩핑 없이 펼쳐 본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사진을 공부하는 사람이나 사진책 자체를 모으는 수집가에게 값어치가 크다. 큰 창 앞 소파에 앉아 한참 책장을 넘겨도 재촉하지 않는 분위기라 시간을 넉넉히 잡고 가는 편이 좋다. 다만 해외 사진집은 원서 가격에 운송비가 붙어 권당 오만 원을 넘는 경우가 흔하고, 소설이나 에세이를 기대하고 들어오면 살 책이 없다. 일요일과 월요일은 쉬는 날이니 방문 전 인스타그램 공지를 확인해야 한다. 전시나 북토크를 위해 공간 전체를 대관하기도 한다.
서울 종로구 북촌로1길 30-11 1층
2004년 8월 부산 남천동에서 열세 평짜리 청소년 인문학 서점으로 시작했다. 2007년 지금 자리에 지하 2층, 지상 4층 건물을 올려 지하는 소극장, 1층은 어린이 책방, 2층은 청소년과 성인을 위한 인문 서가로 쓴다. 참고서와 문제집, 베스트셀러 진열대를 두지 않는 것이 개원 때부터의 원칙이다. 문학과 역사, 철학, 예술, 교육, 생태로 나눈 서가를 축으로 열두 달 작은 강의, 저자 초청 강연, 낭독의 밤을 이어왔고 청소년이 직접 만드는 인문교양지 인디고잉도 꾸준히 낸다.
책을 사는 데서 끝내지 않고 토론과 강의까지 겪어 보려는 중고등학생, 학부모에게 잘 맞는다. 2024년부터는 예약제로 운영되며 예약금은 성인 8000원, 19세 이하 2000원이고 책을 사면 그만큼 값을 깎아 준다. 주변에 식당과 카페가 늘면서 책과 무관하게 들어오는 사람이 많아진 탓이다. 그래서 지나가다 잠깐 둘러보는 식의 이용은 어렵고, 실용서나 자격증 교재를 찾는 사람에게도 헛걸음이 된다. 서점이 운영하는 유기농 식당 에코토피아가 함께 붙어 있다.
부산 수영구 수영로408번길 28